사랑스러운 나의 도시 #1-1. 타이페이 첫째날

타이페이 둘째날

타이페이 셋째날

타이페이 넷째 날, 그리고 처음의 그 끝

2016년 가을. 이직을 준비하며 처음으로 ‘홀로’ 한국이 아닌 나라로 향했다.
원체 게으르기도 하고, 준비하고 계획 하는 것은 몸에 안맞는 터라 당연히 계획 따위는 없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내년엔 꼭 해외여행을 가리라 마음 먹고 여권을 만들 었던 것이… 아마도 이마저도 없었다면 지금 이곳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아름 다운 곳인지 꿈에도 깨닿지 못했을 터.

여권 파워 세계 1~5위 사이를 꿰차고 있는 ‘대한민국’ 여권이다.

사직서를 제출하기 전 두어달 전부터 ‘어딘가 가야지 ‘ 고민만하다 하루하루 시간은 흐르고 결국 퇴직일 보름 전에 이르러서야 부랴부랴 갈 곳을 찾기 시작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했던가 ‘비행기 탈 때는 신발 벗어야 해요?’ 수준의 무식함으로 비행기 표를 끊었다. 정말이지 용감했다. 내 손으로 여권을 내밀어 본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당연히 해외여행 시 주의 해야 할 것이라던가 전혀 아는 것이 없었으니…. 심지어, 캐리어 조차 없었다…. 다행히 동생이 가지고 있었으니 망정이지..
아, 심지어 숙소 예약조차 출국 전날 밤 11시에 했다.

아무튼, 그렇게 용감하게 집을 나서 공항으로 향했다.

이 큰 쇳덩어리가 하늘에 뜬다.

인천공항이야 내 나라의 공항이니 내 나라의 언어요 문자인지라 ‘다행히도’ 출국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그리고 또 다행히도, 비행기가 처음은 아니었다.)

문제 없이 하늘로 올라갔던 비행기는 상처 없이 날 타이페이의 타오위안 공항에 내려줬고, 막강한 힘을 지닌 대한민국 여권은 날 ‘Hello’ 와 ‘Thank you’ 이 문장만으로 타이페이에 입국 시켜줬다.
얼마나 다행인가.. 구글 번역기가 없었더라면 가방조차 못 찾았을 터인데.. 어찌어찌 캐리어를 찾고, 구글 지도를 열고 무작정 지도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이 숙소까지의 걸음이 내 여행 스타일이 될 줄이야…)

10월 중순인데도 더웠던 날씨는 날 땀범벅으로 만들었고, 시내 한복판에서 엄마를 잃어버린 아이와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줬다. 모든 것이 생소했고 신기했다. 아는 이도, 대화를 할 수 있는 이도 없는 이 도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하나, ‘걸어서 내가 예약 한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하는 것’. 용감함에 대한 보상이었을까 아니면 운이 좋았던 것일까, 대만은 내 나라 대한민국만큼 안전한 나라였고 타국 땅에서 말한마디 할 줄 모르는 30대의 어른아이를 괴롭히지는 않았다.
30여분을 걸었을까.. 난 생에 첫 여행의 첫번째 목표인 ‘숙소 찾기’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었다. 삐쭉삐쭉 게스트하우스 안으로 들어갔고, 되지도 않는 영어로 체크인을 시도하고, 열쇠를 받았다. (오예!)
일단 캐리어와 가방을 대강 정리해서 사물함에 넣고 또한번 무작정 거리로 나가는 순간, 두 명의 외국인이 내 뒤를 따라 게스트하우스에서 나오며 내게 말을 걸어왔다.

외국인 : “안녕, 너도 여행을 왔구나, 어디서 왔니?”
나 : (두려움에 떨며)”안녕, 난 한국에서 왔어. 너희는 어디에서 왔니?”
외국인 : “우린 OO(기억 안남)에서 왔어, 우리 지금부터 101 타워에 갈건데 너도 같이 갈래?”
나 : (처음 본 날 데리고 어딜 가겠다고???) 우물쭈물…
외국인 : ” 우린 택시를 불렀어 택시를 타고 갈꺼야! 같이 가자”
나 : (다시 또 두려움에 떨며..) ” 아니야, 난 오늘 101타워에 가지 않을꺼야, 아마도 모레쯤?”
외국인 : (쿨하게) ” 그래 그럼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즐거운 여행이 되길 빌께 안녕!”
나 : (안도의 한숨을 쉬며) “그래 너희도! 안녕”
(대충.. 이런 식의 대화였던 것 같다)

사실 그들과 함께 가지 않았던 것이 좋은 선택이었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약간의 아쉬움과, 약간의 안도감을 안고 구글 지도에 의지한 채 큰 도로로 향했다.

처음 만난 타이페이 거리의 모습은 ‘어릴적 TV에서 봤던 서울 + 일본’ 의 느낌이었다. 거리는 오토바이가 즐비 했고, 중국을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매우 깨끗했고, 질서있는 모습이었다.

인상적이었던 대만 도로의 ‘이륜차 ‘ 좌회전 시스템
연두색 화살표가 이륜차의 이동경로이다.
이륜차는 좌회전 신호에 이동하지 않고, 직진 신호에 직진을 한 다음 사진과 그림의 네모 안에 정차한다.
대기 후 ‘다음 직진 신호’에 직진한다.

대만은 야시장이라 했던가, 우선은 가장 가까운 시장을 찾았다. 다행히도 멀지 않은 곳에 야시장이 있었고 그렇게 대한민국 촌놈은 걸어걸어 한 야시장에 도착했다.
Shuangcheng Street Night Market. (당시엔 이름도 모르고 무작정 걸었다)
아직은 해지기 전인지라 이제서야 장사를 준비하는 시점인지라 보는 것 말고는 할 것이 아무 것도 없었고, 더위에 지친 목을 축을 음료를 하나 사고 또다시 걷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1지금 그 때의 기억을 떠올려보니 굳이 그럴 필요 없었다. 저 사진을 찍은 시각이 17시 경이니까 대충 음료 한잔 먹고 쉬었어도 아무런 문제 없었는데…..

그렇게 일단 발걸음을 떼면서 다시 휴대폰을 들여다 봤다. ‘드디어! 이제서야!’ 타이페이 여행을 검색 했다. 여행을 오기 전에, 여행지에 도착해서 사람들이 어딜 가는지 찾아봤단거다.

그렇게 도착한 곳이 바로 Shilin Market.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일단 다들 그리도 맛있다 하는 ‘지파이’에 도전 했다.

맛있었다…

여행은.. 둘 이상 다녔어야 한다는 것을 첫날 저녁 지파이를 먹고 바로 깨닳을 수 있었다. 배가 불렀다… 먹을 것 천국인데, 더 먹을 수가 없었다. 이미 내 위장은 고등학교 시절 그 튼튼하던 위장은 아니었고, 이미 몸은 지쳤어도 아직은 숙소로 돌아갈 수 없었다. 왜? 시간이 아까우니까.

그렇게 홀로 야시장을 배회하다 만난 절.

한국인 입장에서는 나름 신기한 풍경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한국의 절은 대부분 산속에 있으니까. 한참을 헤집고 다닌 북적거리는 시장 한 가운데에 절이라니..
(왜 시장 한가운데에 절이 있는지는 삼일째가 되어서야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또 얼마나 걸었을까… 이미 게으름에 찌든 내 몸은 더 움직일 수 없다는 신호를 보냈고 숙소로 돌아와 생에 첫 여행의 첫날을 마무리 해야 했다.

편의점에서 사온 우육면과 육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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